영웅, 그들이 왔다
만화·영화 속 스타를 로봇으로 표현
고근호 초대전… 4일까지 나인갤러리
황해윤 nabi@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09-07-01 07:00:00
▲ ▼배트맨 & 로빈

그는 한 때 폐차장에서도 귀엽고 친근한 형상들을 찾아 내곤 했다.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쓰레기에서도 다정한 형상들을 보고 다녔다. 찌그러진 채 뒹구는 깡통도 귀여운 고양이가 되는 반전을 만들곤 했다. 버려진 것들에 따뜻한 시선을 보내지만 버려진 것들을 양산하는 시스템엔 비판적인 시선을 보냈던 작가다. 고근호 작가가 이번에는 ‘영웅’들을 우리 앞으로 데려왔다. 오는 4일까지 나인갤러리.

배트맨, 마릴린 먼로, 체 게바라, 어린 왕자, 마이클 잭슨…. 만화 영화 캐릭터든 대중문화의 스타든 그의 손길을 거친 영웅들은 ‘귀엽다’. 영웅이 귀여워서는 안되지만 그의 영웅들은 ‘무게’를 덜어버리고 가볍게 인사한다.

가만히 보니 배트맨이건 체 게바라이건 이들이 우리 시대 영웅이 되는 과정은 또한 자본주의의 상품화 전략이 컸다. 체 게바라의 적인 자본주의가 ‘혁명가’의 혁명을 탈색시키고 낭만적 이미지를 부여해 상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과정 말이다. 그래서 평등하게 ‘귀여운’ 우리 시대 영웅들을 보다가 문득 서늘함을 느낄 수도 있다.

작품들은 두께 3㎜ 짜리 강철과 알루미늄 면재를 잘라 색칠한 뒤 조립하는 과정을 거쳤다.

“‘영웅’ 시리즈는 스틸이나 스테인리스, 알루미늄 등 평면적인 재료를 레이저 커팅하고 최소한의 절곡을 하여 면재적 특징과 컬러를 사용, 제작하는 팝아트 조각이다. 작품 속 영웅은 영웅이라기보다 고장 나 움직이지 않는 로봇장난감 같다. 아니, 나는 그런 장난감의 세계를 작품 속에 들여와 즐거운 환타지를 불어넣었는지도 모른다. 마치 우리가 게임 속 캐릭터처럼 존재하듯이….”

작가의 말처럼 ‘고장난 로봇’ 같은 그의 영웅들에는 애정이 담겨있다. 영웅들도 우리도 답답하고 무기력한 세상에서 ‘고장난 로봇’과 다름없다. 그 속에선 상상력이 우리를 구원한다.

최근 제작한 ‘영웅’ 시리즈는 국 내외 아트 페어와 옥션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올해 홍콩 아시아옥션위크에선 ‘체 게바라’와 ‘어린 왕자’가 3400~4700달러에 출품됐고, 싱가포르 라라사티 경매에선 ‘배트맨’이 추정가 대비 최고값인 5520달러(싱가포르 달러)에 낙찰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도쿄 컨템포러리 아트페어에 참여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편 ‘영웅’전은 순회전시다. 이전 부산 아트센터 전시에 이어서 이번 나인갤러리 전시가 끝난 뒤 오는 7일부터는 서울 김재선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문의 062-232-2328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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